임금 문제로 사라진 필리핀 가사관리사... 한국 시범사업의 허점 재조명
- 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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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24
한국의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국적의 가사관리사 2명이 돌연 연락이 두절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서울에서 가사관리사로 일하며 국내 근무를 시작한 지 불과 2주 만에 숙소에서 사라져, 이들이 처한 열악한 근무 환경과 임금 체계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실종 이상의 사회적, 제도적 문제를 시사합니다. 해외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요구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그들의 권리 보호와 더 나은 근로 조건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왜 사라졌는가?
사건은 지난 9월 15일 밤, 서울에서 발생했습니다. 필리핀에서 온 가사관리사 100명 중 두 명이 숙소를 떠나 연락이 두절된 것입니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두고 떠났거나, 휴대전화를 끈 채로 사라져 현재까지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한국 당국은 이들이 불법 체류자가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실종된 가사관리사들은 필리핀에서 가사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한국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입국했습니다. 이 사업은 한국 가정에서 가사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필리핀의 숙련된 가사관리사 인력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양국의 경제 협력을 도모하는 목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불과 2주 만에 사라진 이유는 단순히 임금 문제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근로 환경, 문화적 차이, 그리고 한국 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시스템 전반의 허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임금과 복지 문제
가사관리사들이 사라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바로 임금입니다. 이들은 한 달에 약 206만 원의 급여를 받기로 계약되어 있었으나, 첫 달에는 교육비와 숙소 비용을 공제한 95만 원만 지급받았습니다. 일반적인 근로자들이 한 달에 52시간 일하고 받는 임금과 비교했을 때 이 금액은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더욱이 이들은 일주일에 40시간을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첫 달 급여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자 큰 실망을 느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용주는 “필리핀에서 온 가사관리사들이 기대한 임금과 실제 지급된 금액 사이의 차이가 너무 컸다”면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급여가 너무 적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필리핀 출신 가사관리사들이 한국에 온 이유 중 하나는 필리핀에서보다 더 나은 임금과 안정된 일자리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첫 달부터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만이 쌓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필리핀 내 가사관리사들은 일반적으로 한국보다 낮은 임금을 받지만, 한국으로의 취업을 통해 더 나은 경제적 여건을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구조적 문제
이번 사건은 한국의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한국 가정의 가사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임금 체계와 복지 제도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첫 달에는 교육비, 숙소 비용 등으로 인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이러한 금전적 부담을 예상하지 못한 채 한국에 왔다는 점에서 사전 안내나 교육의 부재가 문제로 지적됩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문화적 충격과 사회적 고립감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번 사건 이후 남은 가사관리사들에게 “사업이 성공적으로 유지돼야 고용이 연장될 수 있다”는 서한을 보내, 사업에 성실하게 임할 것을 권장했습니다. 또한, 임금 지급 방식도 월 단위에서 주 단위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임시적인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근로 환경과 복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한 임금 지급 방식의 변화 외에도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주거, 의료, 문화 적응 프로그램 등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불법 체류 가능성, 정부의 대응은?
사라진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한 달 내로 돌아오지 않으면, 한국에서 불법 체류자로 전환됩니다. 이는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필리핀 정부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양국 간 협력 사업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들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서울시는 남아있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에 대해 일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실종된 2명의 행방을 추적 중입니다. 또한, 이들이 불법적인 고용에 빠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났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출신 불법 체류자들이 보통 250만 원 이상의 월급을 받는 데 반해, 합법적인 가사관리사들은 그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가사관리사들이 더 높은 임금을 제공하는 곳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향후 과제
이번 사건은 단순한 노동 문제를 넘어, 한국 내 외국인 노동자 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실종 사건을 계기로,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임금 체계의 개선, 복지 혜택의 확대, 문화적 적응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양국 간의 협력과 더불어,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